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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사부터 반 년 동안 재택 근무 한 신입 이야기

가든리 2021. 5. 30. 18:05

유례없는 전염병이 세상에 나타나 사람들의 생활을 바꾸기 시작 한지도 벌써 1년 하고도 반 이나 지났다.

 

작년 비대면 강의를 수강하며 "설마 내가 회사 갈 때까지 이 사태가 지속이 될까?"라는 생각도 하긴 했지만 작년 11월 처음 계약직으로 회사에 입사하고 원격으로 3개월간의 평가 프로세스를 거친 후, 정규직 전환이 되어 3개월을 더 다니는 지금 까지도 나는 원격 근무를 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본인이 원격 근무를 하며 느낀 점 등을 정리하려고 한다.

 

원격 교육, 원격 근무 등 (거의)새로운 방식들이 생겨나고 사람들은 적응해 나가고 있다. 하지만 물론 1년 반 만에 필요한 모든 제도가 갖춰지지는 않았을 것이며 아직 신경 쓰지 못한 부분들이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회사, 부서들은 신규 입사자를 위한 온보딩 프로세스를 갖추고 있다. 하지만 최근 입사자가 없었다면 구시대의 온보딩 자료가 남아 있을 것이다. 그나마 회사 차원에서의 온보딩은 어느 정도 구색을 갖추고 있지만 실제 업무를 하기 위해 신규 입사자에게 필요한 것은 부서 차원에서의 온보딩 자료이다.

예를 들어 그 간 진행 했던 프로젝트의 히스토리, 담당하고  있는 서비스, 운영에 대한 이해 등 정리해 놓은 문서가 될 것이다.

물론 우리 부서에 신규 입사자를 위한 자료가 없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비록 신규 입사자를 위한 자료가 있고, 팀원 분들과의 화상 회의로 여러 설명을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팀원 분들과의 회의가 끝나면 나는 무인도에 조난당한 선원처럼 무엇을 먼저 해야 할지 몰라 당황했던 기억이 역력하다.

 

뭘 해야 하지?

사실 입사 초기에 나는 모르는 게 생겼을 때, 안 되는 게 생겼을 때 팀원들이 "얘는 이것도 못하나?"는 생각을 하실 까 봐 질문을 많이 하지 못했었다. 안 되는 건 무작정 시간을 더 많이 들여(위키의 저 심해 어딘가까지 탐험하며...) 스스로 해결하려 했고 사실 처음에는 "아 이게 기업이 원하는 자기 주도적인 인재인가?"라는 생각을 했었다. (추후 셀장님과의 면담을 통해 미련한 짓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런데 내가 입사 초기에 마주했던 문제 중 많은 문제는 대부분 VPN IP의 권한 등록 문제였고, 원격 근무를 하고 있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였다. 사실 온사이트였다면 대부분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고 보통 온사이트 근무를 하다 보면 어이없는 문제로 삽질하고 있는 내 모습을 어느 팀원 중 누군가 지나가며, 어깨너머로 보고 알려준다거나 반대로 내가 어깨너머로 배울 수 있는 게 있을 텐데 하면서 탄식을 했었던 것 같다.

 

물론 이 글은 우리 회사 문서가 불친절해요! 하는 글은 아니다. 보통의 경우 기존 팀원들은 업무가 바쁘고 오랫동안 신규 입사자가 많이 없었기 때문에(특히 코로나 이후로는) 거기까지 신경을 쓰지 못했으리라...

 

다행히 우리 부서는 바로 전 입사하신 분 께서 대략의 문서를 정리해주셨고 그것에 정말 큰 도움을 받았다. 그리고 다음 입사자가 똑같은 문제로 삽질하지 않기를 바라며 내가 입사 후 진행했던 환경 세팅, 권한 요청 등 여러 프로세스를 정리 해 놓았다. 이 글을 보는 신규 입사자분이 계시다면, 특히나 삽질을 하고 계시다면 다음 입사자를 위해 본인이 진행한 프로세스를 정리해 문서화를 해놓는 건 어떨까?

 

그리고 이런 문서를 작성했다면,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거나 궁금한 게 생기면 요약해서 퇴근 30분 전, 혹은 출근하여 팀원분께 피드백을 요청해보자! 어떤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었는지 그 히스토리가 드러나 있으면 피드백을 주실 때 그와 연관된 부가 작업이라던지를 더 설명해 주실 수 도 있다. 아마 그리고 진행상황을 알면 다음 과정 진행에 있어 가이드를 해주실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완전히 막혀버려 더 이상 진행이 불가능한 상태면 최대한 빠르게 조심스럽게 질문해 보자 ㅎㅎ... )

 

그리고 질문을 할 때 최대한 구체적으로 해야 한다! 어디서 막혔는데 내가 시도 해 본 방법이 무엇이 있는지, 어떤 환경에서 시도했는지를 상세하게 설명해야 한다. 온사이트라면 바로 자리로 와서 같이 컴퓨터를 만져보며 할 수 있지만 원격이라 상황이 여의치 않을 때는 질문에 부가 설명이 구체적일수록 좋은 것 같다. 그래야 서로 간의 의사소통 비용을 많이 줄일 수 있는 듯하다...

 

인증 API 호출했는데 400 응답이 옵니다(x).

 

XX 프로젝트에서 인증 API 호출 했는데 400 응답이 옵니다.

VPN은 연결되어 있고 권한은 있습니다. 환경변수는 xxx설정해놓았습니다.(o)

 

위의 질문은 예시고 물론 원격이 아니더라도 아래처럼 질문하는 게 맞지만 하고자 하는 말의 요점은, 특히 텍스트로 전달할 때는 최대한 많은 정보를 주어 불필요한 생각을 제거해 주는 것이 많이 중요한 것 같다.

똑똑한 질문으로 효율적인 의사소통을 하는 것은 사실 어느 포지션에 있는 사람이든 함께 일하기 위해 중요한 부분인 것 같다.

 

 

여기까지는 개인적으로 원격 근무를 하며 느꼈던 점이고 잠시 잡담을 하며 글을 마무리하려고 한다.

 

오랜 재택근무로 인해 몸이 굳어가는 게 느껴진다. 며칠 동안 집 밖에 나가지 않은 적도 있고 사실 집에만 있다 보니 아침에 일어나 일 하다가 점심을 대충 차려 먹으면 (심지어 점심 먹을 때도 그 자리에 앉아있거나) 다시 앉아서 유튜브를 보거나 하며 시간을 보내곤 했던 것 같다.

몸도 굳어가고 눈도 나빠지는 게 느껴지는데 아주 작은 변화라도 주어 보고자 시작했던 챌린지(이름 왜 거창해...)가 있었다. 

 

맥북 타이머 앱을 설치하고 30분에 한 번 씩 알람을 울리게 만들어 놓은 후 알람이 울리면 자리에서 일어나 스트레칭 한 번, 목, 손목, 어깨, 허리, 다리, 눈 까지 한 사이클을 돌리고 다시 앉는다. 정말 이 정도라도 안 하면 완전 몸이 망가질 것 같아 시작한 챌린지이다. 다행히도 지금은 피티도 받고 있고 가끔 나가서 산책도 한다...(진즉 할 것이지...)

 

그 외 재택근무하며 본인 스스로 지켜야 할 것, 그리고 나름의 루틴을 정해서 일을 하고 있다.

이런 루틴이라도 없으면 (특히나 재택인데 자율 출퇴근이어서...) 아마 재택근무가 엉망이 되지 않을까...

일어나서 근무 전에 머리 감기... 오전 근무 시작 전 카누 커피 한잔 타기... 미리 점심 먹을 쌀 불려 놓기.... 등등...

 

이 재택근무가 언제 까지 지속 될 지는 모르겠다. 곧 백신이 풀린다고는 하지만 과연 바로 온사이트 체제로 전환 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하지만 그 전까지라도 이런 소소한 것들을 정해서 나름의 재택 근무 원칙을 만들어서 지키며 번아웃 오지 않고 건강하게 해 나가야겠다.